자리가 다 정해진 교실에 혼자 늦게 왔다
학교는 이미 굳어 있다. 앉는 순서도, 누가 누구와 다니는지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규칙도 벌써 정해진 뒤다.
학기 중간에 들어온 사람은 그 위에 얹히는 낯선 조각이라 한동안은 모두가 흘끔거린다. 말을 걸어 오는 사람이 하나쯤 있고, 그 하나가 어떤 사람인지는 한참 뒤에야 안다.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급식 줄, 종례 뒤의 빈 교실, 창가로 드는 오후 빛. 작은 일이 매일 있고 그중 몇은 오래 남는다.
이 세계에서 내 자캐가 맡는 배역
이 세계를 고르면 이런 대목이 옵니다
식판을 받아 드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힐끔 본다. 그 눈이 반가면에 닿았다가 얼른 비켜난다. 낯설다. 실을 보는 눈이 이렇게 아무 실도 없는 공간에 놓인 적은 오래 없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오래 얽힌 실들 사이에 앉아 그 얽힘을 읽어 주는 게 일이었는데, 여기서는 아무도 아직 실을 걸어오지 않는다. 창가 자리에 혼자 앉아 젓가락을 든다. 국이 식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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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캐 읽기를 한 번 받고 그 아이를 저장해 두시면 이 세계가 열립니다. 한 편은 읽기보다 길고 구체가 많아, 그 아이가 천막에 남아 있어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