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려 왔는데 까닭을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바닥에 그려진 것이 아직 식지 않았다. 무언가가 방금 이 안으로 불려 왔고, 그것이 누구인지는 부른 쪽만 안다.
그런데 부른 쪽은 아무 말이 없다. 무엇을 시키려는지도,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도 알려 주지 않고 다만 지켜본다.
여기서는 원래 있던 데의 버릇이 전부 표시가 된다. 걷는 법, 쥐는 법, 놀라는 법.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내 자캐가 맡는 배역
이 세계를 고르면 이런 대목이 옵니다
가장 앞에 선 이가 등을 곧게 펴고 서 있다. 옷깃 언저리에 은실로 짠 문양이 있다. 그 사람의 눈이 이쪽을 훑는다. 위아래로, 마치 물건의 값을 매기듯. 천막지기는 그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대신 반사적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사람 사이에 걸린 것을 읽는 눈이 먼저 움직인다. 저 사람과 둘러선 이들 사이에 걸린 실이 팽팽하다. 명령과 복종. 하나의 방향으로만 당겨진 실. 그런데 이쪽으로는, 어느 쪽으로도, 아무 실이 없다. 텅 비어 있다. 마치 방금 잘려 나간 것처럼.
낱개 990원, 4편을 함께 담으면 3,500원입니다.
먼저 자캐 읽기를 한 번 받고 그 아이를 저장해 두시면 이 세계가 열립니다. 한 편은 읽기보다 길고 구체가 많아, 그 아이가 천막에 남아 있어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