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꺼져도 지은 얼굴은 남는다
데뷔조는 늘 자리보다 사람이 하나 많다. 그 하나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고, 다만 매주 순번표가 갈릴 때마다 각자 제 이름이 어디쯤 있는지를 센다.
연습실 거울은 하루에 열두 시간을 본다. 거울 앞에서 짓는 얼굴은 처음엔 남에게 보이려고 지은 것인데, 오래 짓다 보면 그것이 원래 얼굴이었는지 헷갈리는 날이 온다.
무대 조명은 꺼지고도 한참 뜨겁다. 그 열이 식는 동안이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이다.
이 세계에서 내 자캐가 맡는 배역
이 세계를 고르면 이런 대목이 옵니다
이걸 풀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늘 하던 대로 생각한다. 기다리는 것. 상대가 먼저 숨을 고르고 입을 열 때까지 말없이 서 있는 것. 그래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물병 든 사람 옆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시선만 가끔 건넨다. 상대는 그 시선을 반사적으로 피한다. 뚜껑을 열었다 닫는 손이 이번엔 아예 물병을 쥐고 자리를 옮겨버린다. 침묵으로 기다리는 방식이, 여기서는 그냥 밀려나는 모양으로 되돌아온다.
낱개 990원, 4편을 함께 담으면 3,500원입니다.
먼저 자캐 읽기를 한 번 받고 그 아이를 저장해 두시면 이 세계가 열립니다. 한 편은 읽기보다 길고 구체가 많아, 그 아이가 천막에 남아 있어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